네덜란드 공화국
- ️Wed Feb 26 2025
지금은 흔히 네덜란드 왕국이라고 하나의 국가인 것 같은 명칭으로 부르지만 본래 네덜란드라는 하나의 통일된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고 단지 합스부르크 가문의 군주가 현재 네덜란드 지역에 있던 여러 작은 나라들의 군주 자리를 겸임하고 있던 동군연합일 뿐이었다. 이후 합스부르크의 카를 5세가 신성 로마 제국 황위는 동생 페르디난트 1세에게, 저지대(네덜란드)와 스페인은 자신의 장남 펠리페 2세에게 각각 물려주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분할상속을 시전하면서(...) 저지대 나라들은 스페인의 합스부르크 국왕 펠리페 2세와 동군연합 상태가 되고 스페인의 간섭을 받게 된다.
이 저지대 나라들(low countries) 중 북부의 7개 나라들은 네덜란드 독립전쟁을 통해 동군연합으로 재위하던 펠리페 2세의 군주 자리를 폐지해버리고 공화국이 되는데 독립전쟁에서 공을 세웠던 오라녀 공 빌럼이 군주가 아닌 스타트허우더(총독)로서 이 저지대 7개 나라들의 명목상 국가원수 직책을 겸임하는 형태로 재임하게 된 것이다. 명목상 네덜란드 공화국은 하나의 통일된 국가가 아니라 한 사람이 동시에 7개국 각각의 총독(스타트허우더)이라는 직책들을 겸직하고 있는 상태라는 독특한 정치체였기 때문에 일곱 네덜란드(저지대) 연합 공화국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후로도 빌럼의 후손들이 대대손손 네덜란드 공화국의 총독(Stadthouder/스타트허우더)을 맡았다. 이름은 총독이지만 합법적으로 자리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으므로 사실상 (제한된) 실권까지 있는 국왕이나 다름없었다.[6] 사실 명색이 공화국인데 이런 세습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주로 계승이 이루어질 때 지지하는 주와 반대하는 공화파 주가 갈려 대치하다가, 오라녜 공이 회유와 협박, 심지어 공화파 지도자 살해[7] 등으로 총독 직을 얻어내거나, 외교 형세가 불리해지면 통합된 리더십을 제공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세력인 오라녜 공을 공화파주가 울며 겨자먹기로 추대하는 식이었다.
실제 행정은 '홀란트 주 법률고문(Raadpensionaris)' 이라는 행정관이 사실상의 국무총리가 되어 연합 각 구성국의 의회를 조율하며 이루어졌다.
두세기 후 독립하게 되는 미합중국 또한 군주가 없는 공화국+여러 구성국들로 이루어진 연방제라는 이 네덜란드 공화국과 상당히 비슷한 국가 체제를 수립하게 된다. 실제 미국(미합중국)과 네덜란드 공화국의 독립과 국가수립 과정은 상당히 비슷한 특징이 많은데 제국(네덜란드-스페인 제국, 미국-대영제국)의 지배를 받던 여러 속국들이 단합해 독립전쟁을 일으켜 외국의 지원을 받아 승리한 후 연합 형태의 공화국이 되었다는 것, 독립전쟁의 발단에 세금 문제로 인한 지배국과 현지의 부유한 상인 계층 간의 갈등이 주요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것, 국가 수립 과정에서 칼뱅주의 개신교도들(네덜란드-개혁교회, 미국-청교도)과 기존 교회(가톨릭, 성공회) 간의 갈등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8], 독립과정에서 한명의 지도자가 큰 역할을 했고 초대 국가원수가 되었다는 것(네덜란드-빌럼 1세 판 오라녀, 미국-조지 워싱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