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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덤, 여자 아이돌의 재발견 순간4 - DAILY NEWS

  • ️ELLE
  • ️Thu Jan 0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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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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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덤, 걸그룹 전쟁의 서막
여자 아이돌 그룹의 숙명과도 같았던 콘셉트는 둘 중 하나, 요정처럼 착하거나 전사처럼 섹시하거나! 엠넷의 <퀸덤> 역시 뚜껑을 열기 전엔 여섯 그룹의 그저 그런 퍼포먼스 경쟁이거나 자극적인 편집으로 짜인 걸그룹 사이의 경쟁이나 질투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까 싶었죠. 악마의 편집으로 이미 유명한 엠넷이니까요.  첫 방송에서 라인업 공개 중 박봄을 끝까지 숨기는 장면에서 드러나는 AOA 지민의 불평 어린 목소리를 화면에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역시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을 누구나 했을 거예요. 그런데 본격적인 경연이 시작되는 순간, 이 프로그램의 진면모가 드러납니다. '걸그룹'이란 특정한 프레임에 갇혀 경쟁에만 몰두할 거라는 생각은 오산! 걸그룹 스스로 원하는 무대를 꾸밀 기회를 던져주자 이들이 '아티스트'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덕분에 기존 퍼포먼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자극적인 편집 보다는 이들의 무대가 화제가 돼요. 매주 <퀸덤> 방송이 끝날 때마다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유튜브에선 퀸덤 관련 영상들의 조회 수가 1억 뷰를 훌쩍 넘어가는 것 역시 이런 현상에 대한 반증 아닐까요. 대체 왜 이들에게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가 <퀸덤>에 입덕하게 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설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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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 AOA의 블랙 수트 
"짧은 치마를 입고 내가 길을 걸으면 모두 나를 쳐다봐"라는 가사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무대에 올랐던 AOA. 예상치 못한 무대를 꾸밉니다. 마마무의 '너나 해'를 AOA 리더 지민의 주도 아래 직접 프로듀싱하면서 몸 선이 드러나지 않는 블랙 수트를 입고 무대에 오릅니다. 물론 걸그룹이 수트를 입고 무대에 오르는 건 쉽게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AOA 멤버들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갑니다. 무대에 함께 오르는 남성 댄서들이 하이힐을 신고 몸에 착 달라붙는 의상으로 보깅 댄스를 추는 것. 이 장면을 보면서 모두가 이유 모를 시원함을 느꼈어요. '너나 해' 가사 속의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드러낸 셈이죠. 대중이 걸그룹에 기대하고 있든 혹은 선입견으로 만들어 낸 특정 프레임을 바사삭 밟아버리는 순간이라고 할까요?

오마이걸 인스타그램

오마이걸 인스타그램

SCENE 2. 오마이걸의 재발견 
퀸덤에 참가한 오마이걸과 러블리즈, 사실 '청순 + 큐트'의 요정 콘셉트를 꾸준히 선보이던 이들이에요. 오마이걸 멤버들이 러블리즈의 'Destiny'를 재해석하기 위해 모였을 때 역시 '요정에서 이제 탈피하고 싶어!'라고 외치면서 태생적인 콘셉트의 한계에 대해서 인지하죠. 여기서 <퀸덤>의 매력이 또 한 번 등장합니다. 통상 의례적으로 요정처럼 청순한 걸그룹의 변신은 '걸크러쉬'라고 생각해요. 오마이걸 승희가 '록 버전으로 바꾸면 어때?'라고 의견을 내는 모습에 '아, 뻔하다!' 싶었지만 여기서 사고의 전환을 멈추지 않습니다. 기존 그룹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대중에게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국악'이라는 대담한 요소를 선택해요. 청순 또는 섹시라는 두 가지 선택지에서 장르의 변형으로 똑똑한 선택을 한 오마이걸. 이 선택은 결국 1위라는 결과로 이어졌어요.

SCENE 3. 조회 수 1000만! (여자)아이들의 역주행 
<퀸덤>의 등장으로 가장 반가웠던 건 걸그룹들의 아티스트 면모를 재발견하는 재미죠. (여자)아이들의 첫 경연에서 데뷔곡 'LATATA' 무대를 선보이고 1등을 차지했어요. 주술사 콘셉트의 독특한 무대였는데 이 무대를 위해 녹음부터 안무까지 모든 것을 프로듀싱한 건 (여자)아이들의 전소연이었다는 사실! 아티스트로서의 가능성 뿐 아니라 유튜브 조회 수가 1,000만을 넘어서면서 대중적인 인기까지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날 방송 이후 '라타타'는 음원 역주행을 하기도 했죠. 결국 누군가가 만들어진 판 안에서 움직여야 했던 걸그룹 멤버들이 스스로 뮤지션이자 아티스트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첫 순간이기도 했답니다.

SCENE 4. 완벽한 콜라보레이션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 6그룹의 치열한 경쟁에서 한층 더 나아가 다양한 콜라보 무대가 쏟아지고 있어요. 연말 시상식이 아니면 볼 수 없던 다양한 형태의 무대들이 등장하죠. 단순히 무대 위 퍼포먼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까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요. 덕분에 멤버들 간의 새로운 케미 커플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죠. 정 반대 성격의 마마무 화사와 러블리즈 케이의 '구오즈', MAMA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던 레전드 무대를 만든 유닛 '식스퍼즐' 등 경쟁 보다는 좋은 무대를 함께 선보이고 싶어하는 열망이 드러나는 장면들이 대거 등장! '가수가 팬들에게 선물하는 최고의 선물은 무대'라며 의지를 불태우는 이들의 다음 무대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랍니다.